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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해 문 정부와 '불편한 동거' 자처했던 김관진 전 안보실장 / 최우석 기자

그는 청와대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 “대한민국 안보는 1분도 공백이 생겨선 안 돼”
⊙ 완벽한 인수인계 위해 사표 미뤘지만 돌아온 건 文 정권 관계자들의 모멸감 주는 눈빛
⊙ 플린, 맥매스터 등 軍 출신 美 국가안보보좌관들 김관진에게 존경심
⊙ 박근혜 탄핵 후 한미동맹 더욱 굳건해진 이유
⊙ 사드 배치 비용 1조원 낼 뻔한 위기 김관진과 맥매스터가 풀어… 트럼프는 맥매스터에게 “계집애 같은 쫄보”라 격노
⊙ “감옥 가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軍이 정치에나 개입하는 집단으로 몰린 것은 가슴 아파”(김관진 전 실장)

  지난 10월 22일 이 혐의가 안 되면 저 혐의 식으로 무려 6가지 혐의로 ‘사람 사냥’을 당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이 사이버사령부 댓글 지시 혐의 2심에서 2년 4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며칠 뒤 김 전 실장을 만난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조 의원은 박근혜 정부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김 전 실장과 호흡을 맞췄다.
 
  “실장님 제가 더 잘 모셨어야 했는데….”
 
  김 전 실장이 이야기했다.
 
  “무슨 소리, 함께 일할 때 열심히 해줘서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라네. 1차장 나가고 나서 청와대에서 라면만 먹었지만 말이야, 허허.”
 
 
  이럴 때일수록 안보는 흔들리면 안 돼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22분쯤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판결문 주문을 읽었다.
 
  3월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났다. 3월 13일, 김 전 실장, 조 의원 등 안보 컨트롤 타워 핵심 인사들은 사표를 냈다.
 
  “모시던 대통령께서 어려운 일을 당하셨는데 우리가 계속 앉아 있는 건 맞지 않다. 사표를 낸 것은 공직자로서 당연한 도리다.”(김관진 전 실장)
 
  3월 14일,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사표를 반려했다.
 
  이날 김 전 실장이 국가안보실 직원들에게 이야기했다.
 
  “대한민국 안보는 1분도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안보는 흔들리면 안 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을 철저하게 챙깁시다.”
 
 
  靑 비울 때까지 ‘안보’는 확실히 챙긴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7일 오후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방부를 방문, 대회의실에 들어서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한창 커지던 2016년 10~11월 최악의 국내 상황 속에서도 ‘안보’ 문제는 확실히 챙겼다. 특히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노력했다. 11월 미국 대선이 있어 더욱 그랬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국에 대해서도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는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점쳤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승자는 도널드 트럼프였다. 우리나라 시각으로 11월 9일 오후였다.
 
  11월 10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인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통화에서 “당선을 축하하면서 한미동맹 관계는 지난 60여 년간 도전에 함께 맞서며 신뢰를 쌓아왔고, 아태 지역 평화번영의 초석이 되어온바 앞으로도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동맹관계를 강화·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100퍼센트 동의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북핵 문제는 현재 한미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라며 “미국 행정부 교체기에 북한의 도발 전례를 감안했을 때 앞으로 수개월간 북한 도발 가능성을 철저히 억제해야 한다. 도발할 경우에는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공감을 표하면서 “미국과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흔들리지 않고 한국과 미국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가까운 장래에 만나 좀 더 심도 있는 협의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당선인이 가까운 시일 내 한국을 방문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만나길 고대한다”며 “한미 양국은 함께함으로써 안전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독불장군 스타일이라 걱정을 했는데, 박 전 대통령과 통화하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깍듯하게 대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비공식 일정으로 트럼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에드윈 퓰너 전 헤리티지재단 이사장과 면담하면서 트럼프 당선 이후 한미관계의 지속성과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조태용 의원의 미국行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시절인 2016년 11월 16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측과 접촉하기 위해 출국했다.
  조태용 의원을 미국으로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에게도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설명하라는 지시였다. 11월 18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인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을 만났다.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조 의원에게 “핵심 동맹인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강력한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의 셈법을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구상을 전하기도 했다. 면담 3시간 후 플린은 국가안보보좌관 임명이 확정됐다. 조 의원은 “타이밍이 참 좋았다”고 했다.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 김정은 체제의 소멸을 거론할 정도로 대북 강경파였다. 한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오던 플린은 훗날 트럼프 취임 전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駐美) 러시아대사와 접촉해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폭로되며 사임했다.
 
 
 
김관진과 플린의 호흡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트럼프 백악관의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2017년 1월 9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주미 대사관 제공
  2016년 12월 9일 대한민국 헌정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것도 의결정족수 200명을 훌쩍 넘는 국회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가 보낸 탄핵소추의결서를 이날 오후 7시7분에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는 순간이었다. 김 전 실장과 국가안보팀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김 전 실장은 2017년 1월 8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인 플린을 만나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고 이를 북한에 과시하기 위해서였다. 김 전 실장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는 자주권에 관련된 문제로 중국이 반대해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플린은 한미동맹을 ‘찰떡 공조(sticky rice cake)’에 비유하면서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플린은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중국을 견인하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북핵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끌겠다”고 했다.
 
  플린과 김 전 실장의 호흡은 아주 좋았다. 3성 장군 출신인 플린은 김 전 실장을 ‘군 선배’로 대접했다. 플린의 부친은 6·25 참전 용사였다.
 
  중국이 사드 배치 등 한국 외교 문제와 관련해 부정확하고 우리 주권을 침해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데도 적절히 반박하지 못하는 등 저자세 대응을 한다는 지적을 받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팀을 보면, 당시 김 전 실장이 이끈 박근혜 정부 국가안보팀과의 역량(力量)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하루 뒤인 2017년 1월 22일 플린은 김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미동맹 관계 발전과 양국 안보 현안에 대한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했다.
 
  2월 12일 북한이 평안북도 방현비행장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김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도발을 하자 한미 간 고위급 채널을 바로 가동한 것이다.
 
  그러나 플린은 김 전 실장과의 전화 직후인 2월 13일 사임했다. 앞서 설명했듯,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내통 의혹 때문이었다. 대북 강경파이자 지한파(知韓派)인 플린이 전격 경질되면서 한국 정부가 큰 기대를 갖고 의지하려 했던 한미 관계 연결고리가 끊어져 향후 양국 관계 소통에 적잖은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다. 기우였다.
 
 
  김관진이 맥매스터 딸 결혼선물 챙긴 이유
 
  새롭게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허버트 맥매스터도 군, 특히 육사 출신이라 ‘김관진 이펙트(effect)’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김 전 실장에 대한 존경이 있었다.
 
  맥매스터는 육사 출신으로 기갑 대위 시절인 1991년 걸프전 당시 불과 9대의 전차로 이라크군 탱크·장갑차 등 80여 대를 격파하는 전과를 올렸다. 베트남전 수행 과정에서 백악관과 군 수뇌부의 문제점을 통렬히 지적한 명저 《직무유기(Dereliction of Duty)》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관진 이펙트’는 미국 펜타곤에서 유행한 말로 2010년 12월 김 실장의 국방부 장관 취임 이후 북한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 의지를 끊임없이 강조함으로써 북한 도발을 사전에 억제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맥매스터는 3월 1일 한미 독수리훈련(FE) 개시에 맞춰 당시 김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미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데 업무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역경 극복의 모범 사례로 한국을 자주 인용해왔다”고 밝혔다.
 
  그러고 나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김 실장님, 제가 국가안보보좌관이 됐는데 미국에 한번 오시죠. 오시면 우리 집에 초대해서 저녁을 대접하고 싶은데, 제 딸이 주말에 결혼해서 그렇게는 못 하게 돼 아쉬울 뿐입니다.”
 
  2주 뒤인 3월 15일 김 전 실장은 맥매스터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 목각 청둥오리 한 쌍과 함께. 맥매스터 딸의 결혼 선물이었다.
 
  조 의원은 “실장님과 맥매스터 보좌관의 전화 통화를 듣는데, (맥매스터가) 아주 깍듯했다. 같은 육군이라서 그런지 실장님을 군 선배로 대접했다”고 한다.
 
  백악관에서 만난 맥매스터와 김 전 실장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함께 ‘실효적 대북 압박’을 가하는 데 공조하기로 했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가 양국의 최우선 안보 현안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핵 불용 원칙에 따라 북핵 저지를 위한 한미 공조를 더욱 긴밀하게 다지기로 했다. 아울러 북한의 추가 도발이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만큼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북핵 문제 해결과 신속한 도발 대응을 위한 소통과 공조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사드 배치 비용 1조원 낼 뻔한 아찔한 상황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뒤, 친박 의원 등 지지자들과 인사하며 눈물을 글썽인 채 웃고 있다.
  2017년 4월, 취임 100일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사드 체계 비용을 내는 게 적절하며 그 비용은 1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한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발칵 뒤집혔다.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에 들어가는 비용은 미국이 댄다는 원칙을 여러 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김 전 실장은 맥매스터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드 배치 비용 문제는 이미 양국이 다 합의한 상황 아닙니까?”
 
  침묵이 흘렀다. 5초 정도밖에 안 됐지만 김 전 실장은 그 시간이 참 길게 느껴졌다고 회상한다.
 
  맥매스터가 이야기했다.
 
  “맞습니다. 사드 비용은 미국이 대는 게 원칙입니다.”
 
  김 전 실장은 맥매스터에게 “당신이 한 말을 언론에 공개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맥매스터는 그러라 했다.
 
  이후 맥매스터는 “한국과 일본을 방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제조업 일자리 측면에서 미국 경제에 이익이 된다”는 논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매스터에게 “계집애 같은 쫄보”라고 하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밥 우드워드의 책 《격노(Rage)》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군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 한국과의 동맹을 미국 최고의 거래로 보더라. 내가 미군을 멍청하다고 하면 안 되겠지만, 누가 그랬건 멍청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동맹과의 계약은) 끔찍하다. 그들만 돈을 벌고 우리는 100억 달러씩 써야 하지 않는가. 우린 호구(suckers)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한화로 1조원이 넘는 사드 비용을 내지 않은 데에는 김 전 실장의 숨겨진 ‘공(功)’이 있었던 것이다. 이 일이 있고 1년도 안 돼 우리 손을 들어줬던 맥매스터는 해임됐다.
 
  맥매스터가 사실상 ‘직’을 걸고 한국의 손을 들어준 데에는 오래되진 않았지만, 안보 문제로 호흡을 맞춰온 김 전 실장과의 인연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2월 2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미국 국방부 장관이 취임 후 첫 순방지에 한국을 포함시킨 것은 1997년 윌리엄 코언 전 장관 이후 20년 만), 3월 17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한국의 첫 방문지로 남북 대치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를 방문, 북한을 향해 ‘무언의 경고’), 4월 16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연이어 한국을 방문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당시 박근혜 청와대 외교안보팀 관계자는 “김 전 실장과 플린, 맥매스터의 관계가 각별했기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한미관계는 오히려 더 굳건해졌던 것”이라고 했다.
 
  조태용 의원은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기존 오바마 대통령 ‘라인’이 수명을 다해 걱정하고 있었는데, 대한민국이 ‘운’이 있었는지 김 전 실장과 잘 통할 만한 군 출신들이 요직에 올라 오히려 한미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며 “김 실장에게 ‘앞으로도 (한미관계 관련 일) 다 해주어야 한다’고 말한 기억이 있다”고 했다.
 
 
  불편한 동거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장미 대선’이라고 부르는 2017년 5·9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다. 조기 대선 특성상 인수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새로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됐다.
 
  5월 10일 조태용 의원은 2차장과 함께 사표를 냈다.
 
  “인수위가 없고, 임기가 바로 시작되는 만큼 우리가 자리를 비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장님에게 비서관과 실무진은 남아 있더라도 차관은 정무직인 만큼 우리는 나가는 게 맞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김 전 실장은 자신은 인수인계를 마치고 나가겠다고 했다. 국가안보에는 1분 1초라도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김 전 실장은 5월 21일 정의용 전 안보실장이 임명될 때까지 청와대에서 불편한 동거를 해야 했다. 김 전 실장은 이 열흘 남짓한 시간을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한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의 이야기다.
 
  “우리 안보실 직원들은 오전 7시10분 청와대 식당에서 실장님과 함께 아침을 먹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1~2차장도 나가시고, 식당에 가도 대부분 모르는 얼굴이라 실장님이 참 어색해하셨습니다. 게다가 새로 들어온 문재인 청와대 관계자들도 이상한 눈빛으로 실장님을 바라봤습니다.”
 
  인수인계 때문에 문재인 청와대에서 잠시 불편한 동거를 했던 박근혜 청와대 관계자도 “우리도 남아 있고 싶어서 남은 게 아니라, 그래도 국가를 생각해 인수인계해주려고 억지로 남은 것이었는데 문재인 청와대 사람들은 ‘얘넨 왜 아직 여기 있나’란 시선으로 바라봤다”며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당시 엄청난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김 전 실장 측근은 “문재인 청와대에 들어간 정치권 후배에게 김 전 실장 좀 신경을 써달라고 했는데, ‘박근혜 정부’의 상징인 김 전 실장은 무조건 사법처리될 것이란 어처구니없는 답이 돌아왔다”며 “이런 식으로 바라보니, 김 전 실장이 식당이나 편히 가실 수 있었겠나. 사무실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신 것으로 안다”고 했다.
 
  기사 서두에 김 전 실장이 조 의원에게 “1차장 나가고 나서 청와대에서 라면만 먹었지만 말이야”라고 말한 이유였다. 조 의원은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울컥했던 것이다.
 
 
  NSC 잘 이끈 김관진에게 文 대통령 세력이 덮어씌운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4일 오전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NSC를 소집했으나 새 정부 외교·안보 분야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2017년 5월 14일 신·구(新·舊) 정권이 뜻하지 않게 ‘안보 동체(同體)’를 이루는 상황이 발생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이 불러온 ‘자의 반 타의 반’ 상황이었다. 이날 오전 7시 청와대 ‘지하 벙커’인 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회의에서 북한 도발 대응책을 논의한 상대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영표 통일부 장관,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었다. 문재인 정부 인사로는 유일하게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41분 만인 오전 6시8분 임 비서실장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은 뒤 김 전 실장에게 직접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김 전 실장은 성심성의껏 문 대통령에게 직접 북한 도발 상황에 대해 보고했다.
 
  김 전 실장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인수인계하고 청와대를 나온 직후 일이 터졌다.
 
  청와대가 2017년 5월 30일 경북 성주 사드 포대에 배치된 발사대 2기 외에 4기가 추가로 국내에 들어와 있는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29일 정의용 안보실장으로부터 4기 추가 반입 내용을 보고받고 “매우 충격적”이라고 했다. 5월 30일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직접 걸어 반입 여부를 확인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또 지난 5월 25일 국방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보고에도 이 내용이 누락됐다고 한다. 경위 조사에는 민정수석실과 안보실이 함께 나섰다고 한다. 국방부는 5월 26일 정의용 실장에게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했다고 했으나, 청와대는 다시 안보실장과 1·2차장 모두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사드 보고 누락의 책임을 김 전 실장에게 씌웠다. 사드 시스템은 레이더와 발사대 6기 일체형이다. 이 가운데 레이더와 발사대 2기는 2017년 4월 말 성주 포대에 들어갔다. 정식 배치가 아니라 상황의 긴급성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 배치였다. 원래 6기 일체형인 이상 나머지 발사대 4기도 국내에 기(旣)반입돼 배치를 기다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나머지 4기가 들어와 있다는 보도도 그 당일부터 계속 이어졌다. 무기 체계의 특성상 군 당국이 존재·이동·배치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을 뿐 이미 공지(公知)의 사실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갑자기 “충격적”이라며 김 전 실장을 겨냥한 것이다.
 
 
  “김관진 반드시 사법처리될 것”이란 靑 관계자 이야기 현실화
 
  대한민국의 안보는 1분도 공백이 있어선 안 된다며 ‘불편한 동거’까지 감수한 김 전 실장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인간사냥을 당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대선 여론 조작 혐의에 대한 2심 판결은 징역 2년이다. 문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조작한 댓글 8840만 건에 관여한 김 지사가 2년을 받았는데,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을 이용, 대선 등에 개입했다는 김 전 실장은 2년 4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사이버사령부의 72만 건 댓글 중 정치 중립 위반으로 지목된 댓글 수는 8862건. 이 중 2348건은 김병관 당시 국방장관 후보자 관련 댓글이었다. 8862건 중에는 제주(368건), 해군기지(214건), 백선엽(108건), 천안함(148건), 김정은(130건), 종북 세력(327건), 공산주의(60건) 등 국방·안보 관련 댓글도 다수 존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255건), 문재인 대통령(207건), 안철수 전 의원(321건) 관련 댓글도 있었다. 사이버사령부 댓글이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이 맞는다면,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207건의 댓글 때문에 낙선한 것이 된다. 게다가 빅데이터 분석 문건에 따르면 2012년 4·11총선과 12월 대선 전후 각각 3개월 동안 오히려 사이버사령부 부대원들에 의한 댓글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한 군인인 김 전 실장은 이런 식의 인간사냥을 당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 전 실장의 말이다.
 
  “나는 나약한 사람이 아닙니다.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서 감옥에 가야 한다면 가면 되지요. 다만, 제일 걱정되는 건 우리 군이 정치에나 개입하는 집단으로 몰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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