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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이기지 못할 싸움 거는 文 / 천영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천영우TV의 천영우입니다.


오늘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한번 다뤄보겠습니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월13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했죠. 후쿠시마 원전 부근에 120만 톤 이상의 오염수를 저장하고 있는데 이 오염수에 들어있는 유해 방사성 원소를 걸러내거나 기준치 이하로 정화를 해서 30년에 걸쳐서 방류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이걸 문제 삼아서 일본에 대해 포문을 열면서 이제 좀 풀리려나 하던 한일관계에 악재가 하나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4월14일 아이보시(相星) 신임 일본대사의 신임장을 받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바다를 공유한 한국의 우려가 매우 크다” 이렇게 말을 했고, 이어서 청와대 참모회의에서는 “국제 해양법 재판소에 잠정조치 등 제소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이런 입장을 취하는 의도가 뭘까요?


오염수가 정말 걱정되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취임 이후 3년이 넘도록 반일 민족주의 광풍에 매달려서 죽창가까지 소리 높여 부르다가 일본이 올여름 올림픽 개최를 확정한 다음부터는 어떻게 했습니까? 일본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데 아무 설명도 없이 일본에 대한 태도가 180도 바뀌었습니다. 일본 때리기에 올인하던 정권이 작년 11월엔 박지원 국정원장까지 동경에 보내서 일본 스토킹에 나섰습니다. 또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느닷없이 위안부 합의가 살아있다고 하고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집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곤혹스럽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잘못 들었나 하고 귀를 의심했죠.


일본도 ‘문 대통령이 왜 갑자기 저러지’ 하고 어리둥절해 있는데, 북한이 동경올림픽에 불참한다고 발표한 지 열흘도 안 되었는데 다시 일본에 마치 선전포고라도 할 듯한 자세로 돌변했습니다. 김정은이 동경올림픽에 올 가능성이 1%라도 남아있었다면 이런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언뜻 보면 문 대통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문제 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문제의 본질은 오염수의 위험성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반일 민족주의와 탈원전 정책이 본질이라고 봅니다. 반일 민족주의로 작년 총선까지 얼마나 정치적으로 재미를 봤습니까? 서울·부산 시장선거에서 참패한 후에 정치적 흥행의 보증수표로 입증된 반일 민족주의 카드를 다시 살릴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 이걸 놓치기가 너무 아깝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을 수 있죠.


탈원전 정책 정당성 확보가 文의 절박한 과제


그런데 현 상황에서는 반일감정에 불을 지피는 것보다는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문통에게는 더 절박한 과제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탈원전은 문통이 환경 원리주의 세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다가 퇴임 후에도 혹독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증거조작까지 한 게 들통나면서 문통이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할 상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혹세무민으로 원전의 위험성을 부각시키고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을 홍보해서 정치적 법적 책임을 희석시키는 데 후쿠시마 오염수는 놓치기 너무 아까운 호재라고 여긴 것 같습니다. 반일 광풍은 다시 살리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그간 과용해왔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먹혀들어가는 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보다 더 중요한 대북정책 목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대선 전략차원에서 본다면 내년 대선 전에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재개하는 게 반일 광풍을 살리는 것보다 선거 판세를 뒤집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겁니다. 김정은을 동경올림픽에 초청하기 위해서 갑자기 일본에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도 이런 계산에서 나온 거죠. 그런데 김정은과 다시 한번 요란한 평화쇼를 벌이려면 바이든 행정부가 협조해줘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다시 반일 근본주의 노선으로 돌아가면 바이든 행정부의 협조를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일간 화해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는 문재인 정부가 모를 리 없습니다. 지난 3월 한미 2+2 공동성명에서 한·미·일 3자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조항을 포함시킨 데 이어서 지난 4월16일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이걸 재확인한 것만 봐도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이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서 가지는 의미를 엿볼 수가 있습니다. 


IAEA “문제없다”,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 “걱정할 게 없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문제 삼는 게 탈원전 정책을 정당화하고 반일 근본주의를 다시 살리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원전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리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문 대통령의 문제 제기가 과학적 진실보다 환경단체들이 악의적으로 퍼뜨려온 괴담과 미신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일본 정부만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라고 주장하면 ‘우린 못 믿겠다’고 우길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국제기구인 IAEA도 문제가 없다고 확인을 하고,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면 맨 먼저 피해를 입을 미국도 일본 정부의 조치를 지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전문가들은 걱정할 게 없다고 합니다. 국가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일곱 차례나 전문가 회의를 열어서 일본의 오염수 정화 방법, 그리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지금까지 해양 방사능 농도 조사 결과를 검토했지만 과학적으로는 인체나 환경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소 다로(麻生太郎) 일본 재무상이 13일 기자회견에서 “그 물을 마시더라도 별일 없다”고 했다가 “너나 마셔라”는 비아냥을 많이 들었죠. 그런데 KAIST의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정용훈 교수도 페이스북에 오염수가 실제로 위험하지 않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다른 원자력 전문가들도 대체로 같은 의견이겠지만 ‘토착 왜구’ 프레임에 걸려들까봐 몸조심하고 있을 텐데 정용훈 교수는 참 용감하게 나섰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문제 삼기엔 좀스럽고 민망한 피폭수치

 

중앙일보가 4월16일 보도한 정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후쿠시마 오염수를 매일 2리터씩 1년 내내 마실 경우에 0.8밀리시버트 정도 피폭이 되는데 이 정도는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일반인이 자연상태에서 받는 연간 방사능이 평균 2밀리시버트고, 병원에 가서 CT 한 번 찍으면 15밀리시버트 정도 피폭된다고 합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일 년 내내 마셔도 엑스레이 한 번 찍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게 넓은 태평양 바닷물에 희석되면 거기서 잡은 생선을 평생 먹는다 해도 그 피해는 엑스레이 한번 맞는 것의 수억 분의 1도 안 된다는 이야긴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걸 문제 삼기에는 너무 좀스럽고 민망하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국가기관의 과학적 분석 결과를 알고 문제 삼았다면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의미이고 모르고 했다면 너무 경솔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국민의힘’도 과학을 무시하고 부화뇌동을 선택한 것은 한심하고 비겁합니다. ‘토착 왜구’ 프레임에 걸려드는 게 그렇게 무섭습니까? 


여담입니다만, 구(舊) 소련이 50년대부터 원자력 잠수함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동해에 마구잡이로 버린 사실이 1993년에야 밝혀졌습니다. 그 때문에 90년대 중반에 IAEA와 한국, 일본, 러시아가 공동으로 동해의 방사능 오염도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도 방사능 피해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걸 계기로 1994년에 ‘북서태평양 해양 환경보존계획’, NOWPAP이라는 협의체를 만들어서 동해 해양 환경보존을 위한 지역 협력 방안을 협의한 적이 있습니다. 1995년에 IAEA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대 제가 참여한 적이 있고, 1998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서태평양 해양 환경보전 회의’에도 제가 수석대표로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국제 망신 초래


두 번째 문제는 대통령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한 겁니다. 이건 아주 경솔한 지시입니다. 왜냐? 해양법재판소에 가져가 봐야 대한민국이 망신만 당하지 이길 방법이 없습니다. 해양법재판소는 과학과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판결을 내릴 겁니다. 객관적 사실을 확인할 최고의 권위와 공신력을 가진 기관이 IAEA인데 우리 정보가 미신과 괴담만으로 IAEA에 이길 수 있겠습니까? 백진현 해양법재판소 소장은 저도 개인적으로 잘 아는 분인데 과학과 팩트를 무시하고 한국 편을 들 수가 없습니다. 자칫하면 일본이 독도 문제를 해양법재판소에 끌고 갈 빌미만 제공할 수가 있습니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할 때 국토해양부의 독도 방파제 건설 계획을 포기하도록 제가 간곡히 설득해서 관철한 적이 있습니다. 독도에 방파제를 건설하는 데 들어갈 7천억 원이면 울릉도와 흑산도에 비행장을 건설할 수 있는 돈이기도 하지만 독도 방파제 건설이 해양 환경을 훼손한다는 혐의로 일본이 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할 가능성이 더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해양법 재판소에 끌고 가는 데 일본이 앙심을 품으면 독도 접안시설이 해양 환경을 해친다고 시비를 걸면서 해양법재판소에 맞제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한일 양국이 다 패소하겠지만, 독도 문제가 처음으로 국제 재판에 회부되는 선례를 남기면 우리가 일본보다 잃는 게 훨씬 많습니다. 일본과 싸움을 걸 때는 단기적인 국내 정치적 계산에 앞서서 승산을 먼저 계산해 봐야 합니다. 


文의 가장 큰 敵, 과학과 객관적 진실


또 하나 유의해야 할 게 있습니다. ‘한국은 국제 규범과 팩트를 무시하고 일본이 하는 일에는 아무 근거가 없어도 무조건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일본 내에 혐한 감정을 부추기는 것도 문제지만 정말 일본에 책임을 엄중하게 추궁해야 할 일이 생기더라도 우리의 주장이 설득력을 발휘하기가 어렵습니다. ‘한국은 늘 그래온 나라다’, 이렇게 우리를 매도할 수가 있죠.


문 대통령의 목적이 탈원전 아젠다를 다시 살리고 반일 민족주의에 다시 불을 붙이는 것이라면 국제기구를 통한 과학적 객관적 조사나 국제적 공동 검증에는 결사반대해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문통의 가장 큰 적(敵)이 과학과 객관적 진실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정말 오염수의 안전성이 걱정된다면 일본 정부에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또 주변국들의 공동 검증을 요구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이기지 못할 싸움을 너무 자주 걸고 또 매번 지기만 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적 망신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개인의 편견과 오판 때문에 대한민국의 국격과 신뢰성까지 훼손할 수도 있는데 야당과 언론이 ‘토착 왜구’ 프레임이 두려워서 제대로 할 말도 못 한다면 뭔가 잘못된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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