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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접시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담너머 길가에서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앞마당에서 내다보면 담너머 저쪽에 보입니다.

작년에는 우리집 꽃이어서 이리저리 마음대로 찍었는데 올해는 영 머쓱해졌습니다.

외부로 나가야 하니 옷을 차려입고 집 대문을 열고 또 단지 옆 측문을 열고 접근해서 

지나가는 사람들 눈치 보며 몇 장 찍어가지고 왔습니다.

이 녀석의 단점은 키가 크다 보니까 비만 오면 옆으로 쓸어 저 눕습니다.

비가 그치면 제 힘으로 일어서야 하는데 누운 채 그대로입니다.

작년에도 집안 마당가에서  여러 놈이 살면서 꽃을 피웠는데

장맛비 속에서 질펀하게 모로 눟어  걸음거리를 방해했습니다.

꽃이 지자 불편하다며 모두 솎아서 내다 버렸습니다.


담너머 저쪽에 접시꽃이 피어있어서  우리 집  녀석들이 그곳까지 영역을 넓혔구나 싶었고

우리 집 녀석들도 이제 곧 꽃을 피우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영 소식이 없습니다.

피었던 자리를 아무리 뒤척여 봐도 우리 집에는 없고 담너머 저쪽에만 있습니다.

그래도, 작년에  한 두 녀석은 살려주었어야 했는데 아마도 깡그리 솎아내 버린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담너머 핀 저 녀석들은 우리 집 녀석들이 씨를 날려 후손을 남긴 게 확실합니다.


저 녀석, 접시꽃,  오랜 인연입니다.

25년 전쯤 해서 서초동 집이 재개발되면서 김포 풍무동에 나가서 잠깐 살았습니다.

그해 여름, 도로변에 무궁화를 닮았지만  무궁화는 아닌 큰 꽃들이 피었습니다.

무슨 꽃이 이리 크고 아름다운가 싶어 화훼 도감을 찾아 뒤져 보니

어느 시인이 노래한 '접시꽃 당신'의 그 '접시꽃'이었습니다. 

가을까지 기다려 씨를 받았고 그다음 해 봄 시골집 주변에 심어주었지요.

온통 퍼 저서 마을에 접시꽃 천지가 되었습니다.

없던 꽃을 옮겨다 심었으니 그 마을 접시꽃의 원조가 되었던 셈이지요.

이곳에 "백루헌'을 짓고 몇 포기 옮겨왔습니다.

빗물에 곧잘 쓰러지면서도 잘 버티어 오더니 작년 가을에 그만 쫓겨나고 말았고

담너머 저쪽 집 밖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다시 저 녀석들을 집안으로 끌어 들여? 말아? 연민의 정을 느낍니다.


며칠 전에 지곡동 깊숙이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그곳 화단에서 접시꽃 겹꽃을 만났습니다.

반가워서 몇 장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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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시꽃은 겹꽃보다 가녀린 여인같은 홋꽃이 더 아릅답군요

    도종환의 시 "접시꽃 당신" 의 마지막에서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 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이 시를 발표할때는 멋있어 보였는데 문재인을 만나서 
    출세하더니 걸래가 되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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