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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빅토르 최 / 김원호

빅토르 최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나

스물 여덟 살에 라트비아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사내.

네 이름은 빅또르 로베르또비취 쪼이지만

나는 그냥 빅토르 최라 부르련다.

통기타에 맞춰 부르는

나지막하고 어두운 네 목소리는

군대 시절의 젊은 나이로 나를 이끈다.

나도 혈액형이 새겨진 군번표를 목에 걸고

춥고 어두운 긴장 속에 떨며

열차로, 다시 트럭에 실려 자대(自隊)에 도착하였다.

눈부시게 비치는 서치라이트 불빛

끝없이 반복되는 앉아 번호

우리가 제대할 때까지 전쟁이 일어나지 말기를

얼마나 빌고 또 빌었던가.

빅토르 최

너는 나와 핏줄이 통할 뿐

그 핏줄의 흐름의 경로를 잘 모른다.

아마도 연해주나 사할린에서

냄새 나는 가축 운반 열차에 강제로 실려

민들레 꽃씨처럼 그 먼 곳까지 갔으리라 짐작될 뿐

네가 공장의 화부로 고생한 사실도 잘 모른다.

페레스트로이카!

너는 변화를 노래하고 자유를 부르짖었지.

그리고 사람들은 너의 노래를 미친 듯이 함께 불렀지.

눈에 봄을 담은 음유 시인(吟遊詩人)

빅토르 최.

너는 어디로 갔느냐.

하늘과 땅 사이에 전쟁만 있는 이 지구가 싫어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로 떠났느냐.

오늘도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엔

헝클어진 긴 머리칼, 활활 타오르는 너의 눈빛

별이 된 너의 모습을 떠올리며

사람들은 어둡고 무거운 너의 목소리를 잊지 않는다.

그리고 더 많은 빅토르를 찾아 헤맨다.

 

2002.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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