蕙園의 여자를 찾아
蕙園의 여자가 문득 보고 싶어
박물관에 갔었습니다.
동양화실을 샅샅이 뒤져도
트레머리한 그 여인은 아무 데도 없었습니다.
몇 년 전 ‘韓國藝術二千年展’ 때
옷고름을 살포시 매만지며
앳되고 수줍게 웃음 짓는 그를 본 적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몇 바퀴나 동양화실을 돌아도
양반들과 수작하는
蕙園의 몇몇 妓女밖에 만나지 못했습니다.
내가 찾는 여자는
그런 때묻은 여자는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가슴이 섬찟해지며
아주 소중한 것을 잃은 것 같은 슬픔이
가슴을 메우며 저려왔습니다.
박물관 사무실에 가 물어 보니
蕙園의 美人圖는 성북동 澗松박물관에 있다는 거였습니다.
택시를 타고 삼청터널을 지나며
기대감 때문인지 불안 때문인지
가슴이 저절로 뛰었습니다.
성북초등학교 옆 澗松박물관 뜰엔
작약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거기 전시실에
蕙園의 여자가 여전히 앳된 웃음을 머금고
나를 마지했습니다.
어디선가 笙篁 부는 소리가 들리고
희부연 달빛을 받으며
우리는 골목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는 나보다 서너 걸음 뒤떨어져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채 걸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말없이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림을 보면서 내내 그런 생각에 잠겼습니다.
박물관을 나와 성북천을 끼고 걸으며
蕙園의 여자가 뒤에 오는 것 같아
나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시집 <행복한 잠>(1984>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