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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123주년> 화동 언덕엔 회화나무가

화동 언덕엔 회화나무가

경기고등학교 개교 100주년에 부쳐

화동 언덕

하얀 음악당 옆에

늙은 회화나무가 있다네.

건너편 인왕산도 바라보고

경복궁도 굽어보는

나이가 몇 살인지 아무도 모르는

경기(京畿)’와 함께 늙어 온

회화나무가 한 그루 있다네.

회화나무는

기미년 31일 그 날

교복 입은 채 파고다 공원으로 달려가

만세 부르다 학교로 영영 돌아오지 못한

얼굴들을 알고 있다네.

박 정권 시절

3선 개헌 반대 데모 때

책상으로 교실 문을 막아 놓고

울며불며 나라 일을 걱정하던

앳된 얼굴들도 알고 있다네.

전쟁 때

부산 구덕산 밑 피난살이 천막 교실을,

환도 후

덕수국민학교 한 귀퉁이와 체신부 자리 가교사를 거쳐

5년 만에 다시 화동으로 돌아왔을 때

아무도 없는 텅 빈 운동장을 꿋꿋이 지키던

회화나무야

너를 볼 때 우리는 얼마나 반가웠던가.

세월이 흘러

강남 삼성동으로 학교가 이사 간 뒤

이제 너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고향의 늙은 나무처럼

우리들 가슴에 너는 영원히 살아있단다.

바람이 불 적마다

회화나무는 우리에게 속삭인다.

진리를 간직하여 자유인이 되라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문화인이 되라고

남을 생각하고 함께 어울리는 평화인이 되라고.

화동 언덕

하얀 음악당 옆

늙은 회화나무를 생각할 때마다

내 나라 나랏집의 동량(棟梁)이 되세라는

교가의 마지막 구절이 떠오르네.

 

2000.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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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화나무 그리고 교가의 마지막 구절 - "내 나라 나랏집의 동량이 돼세 - "
    새삼 가슴이 뭉클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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