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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와 아주머니 / 이희우(51회)

아저씨와 아주머니

사돈의 팔촌까지 이름으로 따지는 한국사람들은 수많은 친족관계의
명칭을 한국말의 자랑이기라고도 믿는다.

한국말을 배우겠다고 오는 독일학생들에게 한국사람들의 친족관계
명칭을 가르쳐주면 머리를 흔들고 못 배우겠다고 한다.
그렇게나 많고 또 복잡하다.

나이 어린 동생은 형과 누이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타부라고 배워준다.
이름 대신 '형' 이나 '언니' 라는 명칭을 불러야 한다고 배워준다.

'하루'라도 일직 태어나서 한 사발의 밥을 더 먹은 사람이 한국의 사회에서는
'어른' 노릇을 한다고 배워준다.  

심지어 우리가 존대어로 사용하는 '先生' 이라는 단어가 다름이 아니고
'나보다 시간적으로 앞에 태어난'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배워준다.
모두가 다 '유교'에서 오는 관습이라고 배워준다.

하기야 어머니를 '어머니' 라고 아버지를 '아버지' 라고 부르는 대신
부모의 이름을 부르는 이곳 현대 애들에게는 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한국에 가면 낯 선 남자를 '아저씨'라고 결혼한 여자를 '아주머니' 그리고
결혼하지 않은 처녀를 '아가씨'라고 부르면 된다고 가르쳐 준다.

예를 들어 '순경 아저씨' 라고 경찰관을 불러도 좋고 '택시 운전사' 도
'아저씨'라고 불러도 좋다고 가르쳐 준다.
그러나 교수나 대통령을 아저씨라고 부르지는 않는다고 가르쳐 준다.

'아가씨', '아주머니', '아저씨'  이 얼마나 인정이 들어 있는 명칭들인가.

식당에 가서 '가르쏭' 이라든가 '헤르 오버' 하고 보이들을 부르는 것 보다도
'아저씨' 하고 부르면 이 얼마나 정이 들어 있는 부름인가.

독일에서는 어린애가 태어나면 부모가 마음에 드는 이름을 아이에게 준다.
주로 그 연대에 유행하는 이름들이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사람의
이름 (성이 아니고)을 보고 어느 연대에 출생했는가를 짐작할 수도 있다.
그 연대에 유행하는 이름을 찾아서 주니까 그 수자가 별로 안된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매우 많다.

예를 들어 '릴리' (Lilly) 라는 여자의 이름은 1920년대에 유행하든 이름이었다.
그래서 요즘 태어나는 여자애에게 이런 이름을 주지 않는다.  구태여 애기를
'릴리'라고 부른다면 이는 쾌쾌묵은 보수적 사상을 가진 부모들이다.

독일에서는 성과 부르는 이름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40 여년을 여기서 살지만 아직도 내 버릇이 되지 못한 것은 전화에서나
어디에서나 누구의 소개를 받을 때 건너편 사람의 이름을 금방 알아듣고
외우지 못하는 버릇이다.

이곳 사람들은 '이름'에 대한 훈련이 잘 되어 있어서 사람을 대할 때는
언제나 건녀편 사람의 이름이 무엇인가를 첫번 듣고 금방 외우는 버릇이 있다.    

매일 인사를 할 때도 'guten Tag, Herr 누구 누구..., Frau  누구 누구 ..' 라고
인사말에다 이름을 데어서 말한다. 좀 친근성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이렇게 이름을 부쳐서 인사를 해야 한다.

이러한 버릇은 한국사람들에게는 좀 낯설다.  한국사람들은 오히려
인사할 때 상대방의 이름을 대면 좀 불공손한 것 같이 느낀다.
그래서 '안녕하세요' 라고 끝내지 일부러 '안년하세요, 강선생' 하고 이름까지
부쳐서 인사하는 예가 드물다.

'아저씨' 와 '아주머니' 로 통하든 한국의 사회가 요즘은 남편을 '오빠'라고
마누라를 '언니'라고 부르고 백화점에서 나이 든 손님을 '아버님'이라고도  
부른다니 이러한 한국의 현상을 이곳 독일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쳐 주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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