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ER

  • 총 회원수
    957 명
  • 금일 방문자
    155 명
  • 총 방문자
    1,192,056 명

화동 에피소드 #29 한 겨울 밤의 꿈

화동 에피소드 #29 : 한 겨울밤의 꿈

 

  요즘 일간지를 펼치면 'K'라는 알파벳이 유독 형형하다지난 주말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BTS의 컴백 공연에 전 세계가 들썩이고중동의 포화 속에서 평화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K-방산'의 성가가 하늘을 찌르는 현실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3년 전 이탈리아 토리노의 버스 정류장에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던 현지 여대생을 만났을 때 예감했던 그 'K'의 위상은 이제 세계의 정수리에 닿아 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 전쟁과 5.18의 격랑을 온몸으로 통과해온 우리 세대에게 코리아(KOREA)라는 이름이 이토록 달콤한 선망의 대상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고교 시절명문 'K-고교'의 배지가 최고의 자부심이었던 가난한 산업화 초기를 지나이제는 반도체와 조선 같은 중후장대한 산업은 물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부드러운 문화의 힘까지 갖추게 되었다. '한강의 기적'은 이제 일상을 넘어 세계의 표준이 되고 있다.

 

  어느 날 밤나는 기이한 꿈을 꾸었다사후 세계의 '환생 센터'였다한글 간판이 걸린 그곳에서 나는 양자 컴퓨터가 분석한 내 생애의 파노라마를 보았다. 6.25 전쟁 당시 미군 기총소사를 피했던 열 살 꼬마의 공포부터, 76세에 킬리만자로를 오르던 단호함까지 빛과 그림자가 교차했다안내원은 내게 다시 태어날 기회를 준다며 여러 선택지를 제시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K-라이프'를 택했다그것은 단순히 풍요로운 삶이 아니라고통과 희망을 동시에 짊어지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가는 역동적인 여정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빙글빙글 도는 'K' 로고를 클릭하기란 쉽지 않았다절박하게 손을 뻗다 놓혀버리고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니 현실의 아침이다. K팝 기획 기사가 신문1면을 차지하고 트럼프가 중동에서 지상전을 개시할지도 모른다는 아쉬운 소식들이 교차하지만내 마음속엔 끝내 클릭하지 못한 그 'K'의 잔상이 뜨겁게 일렁인다그것은 아마도 이 찬란한 가치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다는 엄중한 경고이자우리 후세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유산에 대한 약속일 것이다시린 겨울바람 속에서도 'K'라는 이름의 생애는 이토록 따스하다.

게시글이 어떠셨나요?



다른 이모티콘을 한번 더 클릭하시면 수정됩니다.
화살표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