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강원도 대관령을 넘어 동해안의 어느 해변에서 처음 해당화를 만났습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붉고 고운 꽃, 해당화의 모습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던지,
나는 해당화가 오직 동해안 바닷가에서만 피어나는 꽃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해당화는 동해안뿐만아니라 이 나라 여기저기 바닷가와 모래땅에서도 자라는 꽃이라는 것을요.
가끔 찾아가는 시흥갯골에서도 수원 광교호수가에서도 해당화가 반겼습니다.
이번 강릉 시골집을 방문하면서 멀지않은 동해 추암해변을 찾았습니다.
푸른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해변, 그 곳에서 예의 그 해당화가 반겨주었습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꽃은 많지않았지만 꽃이 피었던 자리에서 동그랗고 탐스러운 열매들이
붉게 익어가고 있더군요.
꽃으로 한 계절을 아름답게 장식하던 해당화가 이제는 열매로 가을을 물들이고 있는 거지요.
카메라를 꺼내 들었습니다.
아직 남아 피고있는 꽃들과 붉게 물들어가는 열매들을 하나씩 렌즈에 담아가면서
문득 오래전에 들었던 해당화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이미자씨가 불렀던 '슬픈 해당화'였던가요?
'해당화 꽃잎마다 새겨진 사연
까슴쓰린 그 슬픔을 달래보려고
달흐린 부두에 찾아왔는데....'
바닷가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었거나 헤어진 이들의 슬픔과 그리움이 붉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났다는
애틋한 이야기를 가사에 옮긴 노래라 했었지요?
오래전에 들었던 그 멜로디가 바람을 타고 다시 들려오는듯 했습니다.
추암해변의 붉은 해당화와 그 열매, 그리고 바람타고 스쳐간 노래 한곡.
오늘 나는 꽃을 찍는 것에 더해서 그 꽃과 함께 했던 지난 날의 노래까지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가을바람에 해당화 열매가 익어가듯, 우리 모두의 마음도 따뜻하게 익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