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광교호수공원 원천호수 둘레길을 걷습니다.
10월도 어느덧 중순을 지나며 길가의 나무들이 저마다의 색을 덧칠하기 시작하는군요.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눈이 부시도록 싱그러웠던 여름의 초록은,
이제 자리를 비워주며 고운 물감을 하나둘 풀어 놓습니다.
어떤 잎은 따스한 햇살을 삼킨듯 화사한 노란색으로, 또 어떤 잎은 서릿발을 견디려는 듯
정열적인 붉은 색으로 자신을 물들입니다.
여름날 짙푸른 초록이 주던 생기와 에너지도 참 좋았지만,
가을이 한 층 깊어가며 만들어 내는 차분하고 그윽한 색감은 마음을 한없이 차분하게 만듭니다.
사실 나무들에게 이 고운색 단풍은 생존을 위한 처절하고 치열한 겨울준비 라지요.
차가운 겨울을 버텨내기위해, 봄부터 함께 해 온 이파리들을 내려놓고 몸집을 줄여가는
힘겨운 겨우살이의 과정인 셈이지요.
하지만, 그 미안할만큼 치열한 사투를 바라보는 우리네 눈에는, 그저 아련하고 어여쁘게만 느껴지니
참 역설적이도 합니다.
아직 본격적인 단풍철은 아니지만, 나뭇가지 끝에서부터 부분적으로 수줍게 색을 바꿔가는 잎새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마음 깊은 곳에서 아련한 상념이 떠 오릅니다.
'아! 이렇게 또 한 해가 기울어가고 있구나.'
바람결에 실려오는 가을향기를 느끼며, 스쳐 지나칠 뻔 했던 작은 잎새들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카메라프레임에 담아 봅니다.
나무는 다가올 추위를 견디기위해 제 살을 깍아내는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나는 올 한 해 어떤 결실을 맺고 어던 계절을 지나왔는지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어보게 됩니다.
비록 한 해도 쏜살같이 흘러갔지만, 이 짙어가는 가을의 색채만큼이나 우리의 삶도 조금은 더 깊어지고
성숙해젔기를 소망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