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밭에 누군가가 처음 걸어가면 눈위로 걸음따라 발자국이 남아 이어지지요.
순백의 평온을 깨트린 것같아 얺잔기도 하지만 어디로 이어지는지 궁금함을 자아내게 하기도 합니다.
우리집 앞마당에 눈이 내린 아침이면 맨먼저 고양이녀석이 발자국을 남기고 지나갑니다.
어떤때는 새들이 발자국을 남겨놓기도 하고요.
아침에 기상해서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야조먹이대에 새모이를 가져다주는 일인데
눈내린 날 아침은 난감합니다.
하얀 눈밭에 발자국을 남겨야해서지요.
마당 가장자리를 빙돌아 항아리에 담아놓은 새먹이를 퍼다가 야조먹이대에 부어줍니다.
아무래도 발자국이 남겨집니다.
근데, 오늘 내가 카메라에 담은 것은, 아까워 조심히 내딛은 발길이 아니라 마구잡이로
눈을 밟아버린 자국입니다.
신발바닥의 문양이 그대로 찍혀들 있습니다.
어떤 곳은 밟힌 자국만 눈으로 엉켜 남고 주변은이미 녹아 흙이 들어난 곳도 있구요.
남겨진 신발자국 문양이 일정한 규칙이 있어 재미있습니다.
사진은 아름다운 것만 담는게 아니지 싶습니다.
남겨진 신발자국도 또다른 의미에서 사진의 소재가 될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진흙바닥에 남겨진 타이어자국을 보게되면 카메라를 들이대곤 했습니다.
남겨진 흔적이 사각 사진틀속에 그려지면 추상화같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지요.
눈밭에 남겨진 신발바닥의 잔영도 역시 타이어흔적처럼 추상화같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잠시후 햇빛이 비추어지면 눈녹듯 사라질테지요.
녹아서 물이되어 땅속으로 스며들고 말면 끝입니다.
그 문양들, 녹아없어지기 전에 몇컷이라도 담아놓자 했습니다.

